2024년 4월 14일 매경의 신율 교수의 기사를 접했습니다. 제목은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입니다.
이 분은 선거가 이뤄지기 전에 다음과 같은 예측을 하셨다고 2024년 4월 9일 (선거 하루 전) 이데일리에서 보도되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이 인용되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였다”면서 “지금과 비슷한 싸움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때와 비교해 정권심판론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권 견제론과 안정론이 최근 조사에서 오차범위 이내로 붙은 게 보인다”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의석 차이는 10석 이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김준혁·양문석 민주당 후보의 얘기가 계속되면 선거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김 후보의 경우) 젊은 여성들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여론조사를 인용하신 당시 기사를 읽었을 때, 여론조사를 선거예측으로 어림하는 논리가,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혹시 축약된 인용이 문제인가 싶어서 넘어갔는데, 선거결과 후 복기하는 기사를 좀더 길게 쓰셔서 어떻게 여론조사를 읽고 계신지를 더 파악할 수 있었고, 이 repository에 맞다고 판단하여 남깁니다.
신율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선거의 “기본 판”을 몇 가지 요소를 통해서 확인하는 법을 기술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판이 여당 국민의힘에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선거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의 ‘기본 판’이다. ‘기본 판’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선거 구도도 결정되고 이슈의 영향력도 결정된다. 이번 선거의 기본 ‘판’은 국민의힘에 나쁘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인 때문이다.
말씀하신 4가지 요인들을 하나씩 섹션으로 일별해서 검토해봤습니다.
3월 29일 발표된 총선 전(前) 한국갤럽의 마지막 정례 여론조사(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2024년 3월 주관적 정치 성향은 ‘보수적’ 32%, ‘중도적+성향유보’ 39% 그리고 ‘진보적’ 28%였다. 보수가 진보보다 많은 현상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는 이념 지형에서 국민의힘이 결코 불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갤럽은 공표하는 모든 갤럽리포트에서 링크1(2023년 조사담) 링크2(2020년 조사담)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두 조사담 글 모두 이 문서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꼭 한 번 읽어보실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2023년 첫번째 링크에서는 이념지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단락을 거듭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반복합니다:
대통령 직무수행평가와 정당 지지도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지표라면, 정치 성향은 부수적 지표입니다.
더해 신율교수의 “이념 지형에서 국민의 힘이 결코 불리하지 않음”이라는 말은, 선거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가 경합하는 것을 상정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32%와 28%는 오차범위 안의 범위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유권자집단은 “중도적+성향유보”층으로 대략 40%에 달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지표인 대통령 직무수행평가와 정당 지지도에서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를 반드시 봐야합니다.
다시 3월 말 해당 갤럽리포트로 돌아가봅시다.
즉 이념 지형에 있어서 국민의힘이 중도층에서 확연히 밀리고 있고, 정부에 대한 지지에 있어서도 이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한국갤럽에서 공히 매주마다 갤럽리포트에서 지적했던 바입니다.
다시 반복합니다:
현 정부 출범 후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나 성향 중도층은 대통령 직무 평가나 여러 현안 여론을 기준으로 볼 때 여당보다 야당 성향에 가깝다.
즉, 인용하신 첫번째 “기본 판” 요인에서, 보수당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선거에 임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두 번째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총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이른바 ‘깜깜이’ 기간 직전에 조사, 발표된 NBS 여론조사(4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와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4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20.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은 각각 38%와 3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20대 총선쯤인 2016년 3월 5주 차 대통령 지지율은 40%였다(한국갤럽). 당시의 대통령 지지율과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다. 총선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나름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 지지율에 의해 정권 심판론이 거세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신율교수는 20대 총선, 그러니까 2016년 총선 때의 여론조사 국정지지율과 현재의 지지율을 비교해서,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우선, NBS여론조사나 입소스의 여론조사결과는 2016년에 있지 않았기때문에 갤럽조사를 인용하신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렇다면 갤럽의 선거 전 마지막 국정지지율로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아울러 2016년에 비해서 한국갤럽은 갤럽리포트의 표집방식을 RDD에서 가상번호로 바꾸었습니다). 여기에서 국정지지율은 34%입니다. 위의 수치들에 비해서 국정지지율 수치가 낮은 점을 먼저 감안해야합니다. (그리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의 갤럽조사결과는 아마도 4월 19일에 나올 예정입니다.)
더해서, 국정에 대한 불만, 그러니까 “잘못하고 있다”의 응답은 58%에 달합니다.
미국과 같이 많은 국가에서, 국가지도자의 국정지지는 단순히 지지율이 아니라, 국정지지와 국정비지지(“잘못한다”)의 차이, 알짜값으로 판단합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알짜 지지율은 -17.2%p라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FiveThirtyEight 사이트 참조 )
즉, 윤석열대통령의 국정 알짜 지지율은 34%-58%=-24%p입니다. 다시 반복합니다. 마이너스 24%p입니다
NBS의 경우라고 다를까요? 여기서도 부정적지표까지 감안하면 38%-55%=-17%p입니다. 마이너스 17%p입니다. 입소스도 37%-58%=-21%p입니다.
즉 공히 대략 마이너스 20%p의 알짜 국정지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해, 신율교수가 NBS의 여론조사를 인용했는데, NBS의 국정지지에 대한 점수 척도는 4점척도입니다. “매우 잘한다” “잘하는 편이다” “잘못하는 편이다” “매우 잘못한다”의 4가지 기준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매우 잘못한다의 비율은 40%에 달합니다. 이게 얼마나 강한 국정 부정평가인지는, 바로 같은 NBS에서 전입정부에 대한 반대 비율과 추이를 살펴보는 것으로 족합니다:
보시다시피, 윤석열정부에 대한 강한 의견의 반대는 오랜동안 40%대에 육박해 있었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입소스도 4점척도를 쓰고 있는데, 여기서도 “매우 잘못”이 44%에 달합니다.
NBS는 2020년부터 시작된 전국지표 여론조사이기에, 2016년 신율교수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입니다. 2016년 총선 때 갤럽의 여론조사 국정지지율은 어떨까요?
여기서 주목하실 것은, 총선 직전 (4월 2주차, 선거 이틀 전), 국정지지와 비지지는 각각 39%와 48%로, 박근혜대통령의 국정 알짜 지지율은 39-48=-9%p였다는 것입니다. 다시 반복합니다. 마이너스 9%p입니다 앞서서 현재 윤석열정부에 대한 국정 알짜지지율이 마이너스 20%p에 비해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대 총선 당시를 기억해보면, 정권 심판론 바람은 그다지 거세지 않았다. 당시 여당이 제1당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 갈등 때문이다.
20대 총선 당시를 기억해보면, 정권 심판론 바람은 그다지 거세지 않았고,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 갈등때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여론조사가 현재 윤석열정부만큼의 강한 심판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권 심판론이 거세다는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때문에, 20대 총선의 기본 구도를 22대 총선 구도에 가져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BS 조사와 입소스 조사에서 나타난 ‘이번 총선의 성격’을 봐도, 정권 심판론이 거세다는 것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NBS 조사에서는 정부·여당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46%,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스 조사에서는 이번 총선의 성격이 정권 견제여야 한다는 의견이 50%, 국정 안정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43%였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견제가 ‘약간’ 우세하다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야당 주장처럼 정권 심판론이 거세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신율교수님께서는 줄곧 한국갤럽조사를 인용했는데, 3월말 마지막 조사에서 한국갤럽의 총선 성격조사는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정부견제론의 우위 구도였습니다.
그렇다면 NBS 조사가 다른 결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의론되었고, 실제로 한국리서치 보고에서도 테스트한 바 있습니다만, 문항효과 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건조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문항과 달리, NBS의 문항은 조금 다르기때문입니다:
NBS의 선택문항:
한국갤럽의 선택문항:
이 둘의 차이가 이른바 여당과 야당의 동시심판론자들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중요한건, 총선의 성격에 대한 응답이 기본 구도가 여당에게 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근거들도 상당했다는 점입니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높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다시 위에서 계속 살펴본 한국갤럽리포트 3월5주차 정당지지 문항을 봅시다.
먼저, 통계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오차범위 내의 숫자 차이에 대해서 갤럽리포트가 강조하는 부분을 놓치신 것 같습니다. 더해서, 갤럽에서 지적하는대로, 지역구후보를 내지 않은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구도로 보자면, 심지어 헤드라인 수치조차도 여당이 3월 2주차부터 밀리고 있는 구도였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NBS 조사를 봐도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았다.
다시금 NBS의 조사표에서도 봐도,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그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며, 무엇보다 3월 중순부터 급격한 변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SBS-입소스 조사에서 나타난 지역별 정당 지지율은 서울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1%씩 동률이고, 인천·경기는 국민의힘이 37%, 민주당이 49%였다.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수도권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그다지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따라서 위의 기본 판세는 모든 면에서 분석을 잘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합해보면, 기본적인 ‘판’은 국민의힘에 그다지 불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또다시 참패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게 기본 판세, 그러니까 기대치에 대해서 잘못된 분석을 했기때문에, 선거전에서 대파 문제나 이종섭 호주대사 처리같은 점화에 대해서 잘못된 논증을 하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다시금 한국갤럽에서 국정 비지지 이유를 매주 물어보는데, 정한울원장의 분석 처럼 반년 넘게 수위를 다투는 국정 부정평가는 물가문제였습니다: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부정적 평가의 주된 이유로 민생ㆍ경제ㆍ물가 등 경제 정책 실패를 꼽은 응답이 2023년 하반기부터 무려 반년 넘게 1위다. 이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책임 있는 혁신 약속이 우선이다.
제대로 된 상황 분석을 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옵니다. 이 측면에서, 신율교수의 기본 판과 선거구도에 대한 평가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매경의 기사에서 제대로 된 문장은 제목밖에 없는 듯 싶습니다.